휘청휘청 비대면 시대의 대학 동아리…
친구들이 안 하는 게 낫다네요..
“형식적 대화만 가능했다. 누가 누구인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연합문화제 NEXT 저널 트랙 1팀에서 수도권 소재 대학생 7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1-1 동아리 활동 실태조사’에서 나온 답변이에요. 현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비대면이 일상화된 가운데 대학 생활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동아리가 맥이 끊길 위기에 처해 있어요. 공연・스포츠 동아리 등 대면 모임이 필수인 곳은 동아리 활동 자체를 이어 나가기 어렵고, 비대면으로 활동하고 있는 동아리들 또한 바뀐 활동 방식에 적응하기 힘들어하고 있다고 해요. 저희는 이러한 대학교들의 동아리 운영 실태를 취재해보았습니다!
(코로나가 아니었다면) 대학 생활의 꽃, 동아리의 장점
하나! 사회 진출을 위한 대비 이루어져
학생들은 동아리를 통해 다양한 활동을 체험하고 폭넓은 사고와 경험을 습득해요. 동아리 특색에 따라 얻는 것은 조금씩 다를지라도 모든 동아리는 학생들에게 의미 있는 비교과 활동을 제공하죠.
이 과정에서 미래 사회초년생들을 위한 준비 또한 자연스레 이루어져요. 학기 중 학점 관리와 동아리 활동을 병행함으로써 효율적으로 시간을 관리하는 방법을 익히는 것은 물론, 동아리는 기본적으로 단체 활동이라 구성원 간 팀워크가 중요하기 때문에 소통하는 법, 배려하는 법도 배울 수 있어요. 또래들과 부딪히며 이루어지는 사회성 교육은 사회에 진출하기 전 필수적으로 진행되어야 할 과정 중 하나이기도 하답니다.
동아리 활동을 통해 형성되는 선후배 간 네트워크는 대학생활에서 얻어가는 가장 값진 자산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사회생활에서 인맥은 무시할 수 없는 요소란 거 다 알고 계시죠? 특히 사회초년생에게 넓은 인맥은 필요할 때 도움을 요청하거나 충고를 받을 수 있는 인생 선배들이 많다는 것을 의미해요.
좋은 예시로! 저희가 취재한 건국대학교에 재학 중인 16학번 박영규씨는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추억과 인생에 대해 보다 넓어진 시야를 얻었다… 동아리 활동을 안 했다면 대학교 와서 알게 된 좋은 사람들도 못 만났을 것”이라고 말씀하셨답니다.
둘! 대면 위주의 다양한 활동 및 행사
동아리에 가입한 후 구성원들은 정기 모임, MT(Membership Training), 선후배 친목의 장 등 많은 활동에 참석해요. 일반적으로 정기 모임은 특정 요일과 시간을 정해 최소 일주일에 한 번씩 이루어지기도 하죠. 동국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소모임 ‘TUM’에서는 재작년까지 매주 목요일 6시마다 교내 강의실에서 기사나 카드뉴스 첨삭 시간을 가지고 연말 잡지 제작을 위한 회의를 진행했답니다.
MT 또한 동아리 핵심 행사 중 하나인데요! 구성원 간 친목과 단합을 도모하기 위해 많은 동아리는 정기적으로 MT 프로그램을 운영해요. 동아리 운영진은 학 학기 또는 일 년에 한 번 정도 선후배들이 친목을 도모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기도 하죠. 행사의 이름과 운영 방식 등 친목의 장을 꾸리는 방식은 동아리마다 제각각이라 더욱 특별하답니다!
이 밖에도, 대학교 축제 기간에는 부스를 운영하고, 인근 술집과 협력하여 특별한 테마를 가진 일일주점을 운영하는 등 동아리 활동의 범위는 무궁무진해요. (20,21학번 오열ㅠㅠ)
행복한 대학 생활을 가로막는 장애물, 코로나19
하나! 방구석 동아리 활동의 시작..
코로나19로 인해 대면 활동과 행사 위주로 진행되었던 동아리 운영 방식에 큰 변화가 생겼어요. 전국 각지에서 학생이 모이는 특성상 대학은 감염병 예방을 위해 수업을 비대면으로 운영하게 된 것이죠. 학생들은 자신의 집을 캠퍼스 삼아 대학 생활을 하게 되었답니다. 이로 인해 학생들이 모이는 것 자체가 힘들어졌고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에 따라 사적모임 인원 제한이 생기면서 대면 만남은 더더욱 어려운 상황이 되었어요.
이에 따라 많은 동아리가 운영 방식을 비대면으로 전환할 수밖에 없었답니다. 연합문화제 NEXT 저널 트랙 1팀이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 동아리 운영 방식을 묻는 질문에 응답자 중 42.9%가 전면 비대면, 35.7%는 대면·비대면 혼합으로 운영됐다고 답했어요. 또한 동아리 임원들은 활동 방식을 결정하는 데 있어 방역지침을 지키는 것을 최우선으로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학생들 대부분이 꿈꿨던 동아리는 대면 활동이었죠. 동아리 방에 모여 서로 친해지는 시간도 가지고 합을 맞춰 공연을 올리거나 함께 땀 흘리며 운동하는 것. 대학의 로망이라고 일컬어지던 것들이에요. 하지만 비대면으로 이러한 활동을 진행하기에는 어려움이 존재해요.
성균관대학교 학생지원팀 소속 김범준 팀장님은 “비대면 동아리 활동은 공연이나 스포츠, 사회봉사 등 체험활동이 제한되어 같이 할 수 있는 경험의 폭이 줄어들고 동아리 구성원 간 인간관계와 네트워크 형성에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우려를 표하기도 하셨습니다.
둘! 떨어지는 동아리 만족도.. 그리고 동아리를 떠나는 학생들
이전과 다른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는 동아리 활동에 학생들이 과연 만족하고 있는지가 의문이에요. 동아리 만족도가 앞으로의 활동 지속 여부 그리고 동아리 인원 변화에 실질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죠.
앞서 언급한 설문조사에서 동아리 활동의 만족도를 묻는 질문에 응답자 12.5%와 17.9%는 각각 ‘매우 낮음’과 ‘낮음’을 선택했어요. 도합 30.4%, 즉 3명 중 1명가량이 동아리 활동 만족도가 ‘낮음’ 이하였다고 밝힌 것입니다!
다음 학기 동아리 활동 지속 여부에 대한 답변 또한 주목할만한 지표에요. 충격적이게도 응답자 중 5분의 1이 다음 학기에는 동아리 활동을 그만둘 것임을 밝혔어요. 동아리 활동을 계속하지 않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 몇몇 응답자는 “현실적으로 운영이 거의 불가능하기에 무의미하다고 생각한다.”, “대면으로 진행되지 않을 시 동아리에 소속감을 느끼기 힘들 것 같다.”라고 말하며 전반적인 동아리 활동에 만족하지 못해 동아리를 떠나는 것임이 분명히 했네요.
셋! 추후 인력난이 관건!
많은 동아리가 비대면 활동으로 전환하면서 전반적인 인원 감소가 예측되었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니었어요. 취재했던 동아리 대부분은 유의미한 인원 변화가 없었다고 답했는데요, 운동 동아리같이 대면 활동이 필수적인 경우 인원 감소가 나타났지만 활동에 큰 지장이 없는 경우 신기하게도 인원 감소가 크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설문조사 결과로 살펴보았듯이, 동아리원들이 계속해서 비대면으로 운영되는 동아리에 낮은 만족도와 지속적인 이탈 추세를 보인다면 장기적인 관점에서 인원 변화가 나타날 수밖에 없겠죠? 뿐만 아니라, 내년부터는 동아리 운영의 중심기수인 3학년이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축제 등 기존의 학교 행사를 경험해보지 못한 '코로나 20학번'으로 바뀌면서 전체적으로 동아리 운영에 위기가 올 것으로 예상됩니다.
김 팀장님은 “동아리 활동이 중단되어 중앙동아리 등록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동아리가 생기긴 했지만 온라인 모집활동 등으로 대체하여 아직까지는 (동아리 관련 통계에) 유의미한 변화는 없었다”라고 밝히며 현재 상황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셨지만 “팬데믹 상황이 계속 지속된다면 20학번이 3학년이 되는 내년에 큰 위기가 올 것 같다”며 부정적인 전망을 드러내기도 하셨어요.
그럼 앞으로 동아리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할까?
하나! 유행 장기화에 걸맞은 새로운 방역 체계 필요!
코로나19는 변이 바이러스 형태로 계속해서 우리를 위협하고 있어요.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앞으로 코로나19와 함께하는 '위드 코로나' 시대를 준비해야 할지도 몰라요. 이미 영국과 싱가포르는 확진자 수에 얽매이기보다 중증환자와 사망자를 줄이는 방향으로 방역 중심을 옮기며 '위드 코로나' 시대를 현실화하고 있답니다.
국내 감염병 분야 최고 권위자인 오명돈 신종감염병 중앙임상위원회 위원장님을 비롯한 국내 전문가들 또한 유행 장기화에 걸맞은 새로운 방역 체계를 검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어요. 4단계 사회적 거리두기에도 불구하고 확산세에 브레이크가 안 잡히는 만큼, 방역 전략을 확진자 수 통제 위주에서 고위험군 사망·중증화 방지로 전환해야 한다는 의견이에요.
이제 전 세계가 서서히 코로나19와의 공존에 돌입하는 만큼 대학교와 동아리 역시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 때에요!
둘! 코로나19와 공존하는 동아리!
‘위드 코로나’ 시대에서 대면 활동 또한 더 이상 등한시되어서는 안 되겠죠? 대면 활동을 필수로 요구하는 동아리들이 계속해서 운영을 중단할 수는 없음은 물론이고, 비대면 활동으로는 충족할 수 없는 점들이 존재하기 때문이에요. 실제로 건국대학교 힙합 동아리 ‘워너패밀리’는 동아리 방을 중심으로 춤 연습과 곡 작업이 이루어졌는데 학생회관이 폐쇄되면서 동아리의 본 목적에 부합하는 활동이 어려워 골머리를 앓았다고 전했어요.
학교 측은 사회적 거리두리를 최대한 지키는 선에서 대면 활동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적극적인 지원을 제공해야 해요. 김 팀장님은 “학생회관 폐쇄로 연습공간이 필요한 동아리는 외부연습장 대여비를 지원하기도 했고 오프라인 연습 시 코로나19 자가진단키트를 제공하여 사전에 감염 여부 확인 후 연습할 수 있게 했다”며 학교에서는 원활한 대면 활동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하셨어요. 하지만 이와 같은 정보가 학생들에게 잘 전달이 되지 않고 있어 앞으로는 각 동아리에게 대면 활동에 대한 지원 정책을 보다 정확히 전달하는 것이 필요해 보이네요.
반면, ‘위드 코로나’ 시대에 비대면 활동 또한 당연히 계속될 것으로 예측돼요! 대면 위주 동아리 활동에서 얻지 못했던 장점이 이번 코로나19 시국을 통해 드러났기 때문이에요. 그래도 온라인 교류가 활발해지면서 직접 만나는 것이 어려워 진행하지 못했던 활동이 지금은 가능해요. 누구에게 연락해도 갑작스럽거나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죠. 다른 학교 학우건, 전 세계 어느 나라 사람이건 함께 활동하고 교류하고 싶은 모두에게 연락할 수 있어요. 언택트 시대의 특성을 더욱 현명하게 활용한다면 어느 때보다 의미 있는 동아리 활동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답니다!
By. 롱롱, 유젱, 정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