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똘레랑스
강서N
발행처
후원
발행일 2025년 12월
가족센터, 내 첫 직장이 되다.(중 국)윤미희
가족센터, 내 첫 직장이 되다.
한국에 시집온 지 8년째 되던 해, 둘째가 세 살이 되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유리창 밖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문득 이렇게 결심했죠.
“이제는 내가 세상으로 나갈 때다.”
어느 날 아이를 데리고 공동육아 나눔터를 찾았을 때, 선생님들이 바쁘게 일하는 모습이 어찌나 부럽던지 마음속에 오래 숨겨두었던 꿈이 살짝 꿈틀거렸습니다. 용기를 내어 조심스레 여쭈었죠.
“여기서 일하는 법이 궁금해요.”


선생님은 중국 국적인 제가 참여할 수 있는 ‘지역일자리사업’이 있다며 구청에 문의해 보라고 친절하게 알려주셨습니다. 저는 선생님의 조언대로 바로 일자리 지원 신청을 했고, 며칠 지나지 않아 구청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다음 주부터 출근 가능하신가요?”
“네!”
짧게 대답하고 전화를 끊었지만, 심장은 오래도록 뛰었습니다. 기적 같아 기쁘면서도, 한편으로는 ‘내가 잘할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이 가득했습니다. 그렇게 시작한 첫 직장에서 저는 가족센터의 중국어 통·번역 업무를 맡게 되었습니다. 설레는 마음과 떨리는 손이 잊히지 않습니다. 출근 전날 밤, 한숨도 못 자고 해가 밝기만을 기다리던 그 순간까지도요. 결혼이민자들과 함께하는 통·번역 작업은 단순한 언어의 전달이 아니었습니다. 그들의 목소리가 되어주고, 삶의 이야기를 대신 전해 주며, 누군가에게 작은 도움이 된다는 사실이 제게는 큰 감사와 보람이었습니다.
가족센터에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꽃처럼 피어나고 있습니다. 결혼이민자를 위한 한국어 수업, 다문화가정을 위한 개인 및 진로상담, 다문화 자녀들을 위한 특별 수업들, 그리고 엄마들이 마음 편히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도록 아이들을 돌봐주는 공동육아 나눔터까지. 퇴근 후 딸과 함께 이곳을 찾을 때면 일과 육아가 조화를 이루는 행복을 다시 배우곤 합니다.
‘이 아름다운 공간을 왜 이제야 알게 됐을까?’
이곳을 더 많은 이가 알았더라면, 더 많은 이야기가 제 손을 통해 아름다운 꽃망울로 피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남습니다. 그리고, 가족센터는 12월에 발산으로 이사하게 됩니다.
첫 직장에서 보낸 시간은 제게 값진 선물이었습니다. 작은 도움이라도 누군가에게는 큰 힘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이곳에서 배웠습니다. 날마다 설렘이었고, 날마다 감사한 날이었습니다. 하지만 곧 이 자리를 떠나야 합니다. 2년 동안의 시간이 꿈처럼 스쳐 지나가고, 이제는 다음 걸음을 내디뎌야 할 때가 됐네요. 돌아보면 이곳에서 배운 모든 것이 앞으로의 길을 비춰줄 든든한 등불이 되어줄 것 같습니다.

가족센터에서의 추억이 내일의 나를 더 빛나게 해줄 거라 믿습니다. 비록 짧았지만, 이곳에서 얻은 것은 내 인생의 소중한 버팀목이 될 것입니다.
고마웠습니다. 나의 첫 직장.
두 가지 회복의 길_한국과 필리핀의 산후 관리 비교_(필리핀)팔카시오 말루
두 가지 회복의 길 : 한국과 필리핀의 산후 관리 비교
여성이 아이를 출산하면 사람들의 관심은 종종 새로 태어난 아기에게 집중된다. 작은 손가락, 잠든 미소, 부드러운 울음소리들. 그러나 그 뒤에는 몸과 마음을 조용히 회복하고 있는 엄마가 있다. 이 섬세한 시기에 산모가 어떤 돌봄을 받느냐는 문화와 환경에 따라 크게 달라지며, 한국과 필리핀의 산후 관리 방식은 그 대비를 가장 선명하게 보여준다.

한국 : 체계적인 회복 시스템
한국에서 산후 관리는 가족의 역할을 넘어 하나의 제도로 자리 잡고 있다. 병원을 나선 산모는 곧바로 산후 회복에 맞춰 설계된 공간, 산후조리원으로 들어간다. 호텔처럼 조용하고 청결한 시설에서 산모는 휴식·회복·수유에만 집중할 수 있다. 간호사는 신생아를 세심하게 돌보고, 모유 수유 전문가가 직접 방문해 어려움을 해결해준다. 미역국을 포함한 따뜻한 식사는 하루 세 번 제공되며, 모든 과정이 전문적이고 규칙적이다. 이 환경은 ‘엄마의 회복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는 한국의 신념을 반영한다. 정부 역시 각종 지원 프로그램과 보건소 검사, 정보 안내 등을 통해 산후 관리의 중요성을 뒷받침하고 있다. 한국의 산후 회복은 과학적 돌봄, 문화적 전통, 국가적 관심이 결합한 매우 체계적인 방식이다.
필리핀 : 가족의 품 안에서 이루어지는 자연스러운 회복
필리핀의 산후 관리는 한국과는 대조적이다. 대부분 산모는 출산 후 하루나 이틀 안에 집으로 돌아오며, 그곳에는 엄마·언니·할머니·이웃까지 아기를 보기 위해 자연스레 모여든다. 이곳에서 회복은 전문가 중심이 아니라 가족의 사랑 속에서 이루어진다. 식탁에는 티놀라(Tinola, 닭고기·생강·파파야·모링가 잎으로 끓인 전통 보양식), 모링가 수프, 생강국 등이 따뜻하게 차려지고, 언니는 산모의 등을 부드럽게 마사지한다. 할머니는 “차가운 바람을 피하라”고 조언하며 산모를 보살핀다. 이는 필리핀에서 ‘파스마(Pasma)’라 불리는, 찬 기운과 피로가 겹치며 생긴다고 여겨지는 전통적 질병 개념과 연결된다. 병원에서도 산후 검진은 제공되지만, 돌봄의 질은 지역 접근성·경제적 여건·의료 자원에 따라 차이가 크다. 바랑가이(Barangay)는 지역 보건의 최일선 역할을 맡지만, 실제 산후 지원의 많은 부분은 여전히 가족의 경험과 전통에 의존하고 있다. 필리핀의 산후 관리는 공동체 중심이며, 치유가 공동의 온기 속에서 이루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같은 목표, 다른 방식
두 나라의 방식은 분명 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