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똘레랑스
강서N
발행처
후원
발행일 2025년 12월
가족센터, 내 첫 직장이 되다.(중국)윤미희
가족센터, 내 첫 직장이 되다.
한국에 시집온 지 8년째 되던 해, 둘째 가 세 살이 되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유리창 밖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문득 이렇게 결심했죠.
“이제는 내가 세상으로 나갈 때다.”
어느 날 아이를 데리고 공동육아 나눔터를 찾았을 때, 선생님들이 바쁘게 일하는 모습이 어찌나 부럽던지 마음속에 오래 숨겨두었던 꿈이 살짝 꿈틀거렸습니다. 용기를 내어 조심스레 여쭈었죠.
“여기서 일하는 법이 궁금해요.”


선생님은 중국 국적인 제가 참여할 수 있는 ‘지역일자리사업’이 있다며 구청에 문의해 보라고 친절하게 알려주셨습니다. 저는 선생님의 조언대로 바로 일자리 지원 신청을 했고, 며칠 지나지 않아 구청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다음 주부터 출근 가능하신가요?”
“네!”
짧게 대답하고 전화를 끊었지만, 심장은 오래도록 뛰었습니다. 기적 같아 기쁘면서도, 한편으로는 ‘내가 잘할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이 가득했습니다. 그렇게 시작한 첫 직장에서 저는 가족센터의 중국어 통·번역 업무를 맡게 되었습니다. 설레는 마음과 떨리는 손이 잊히지 않습니다. 출근 전날 밤, 한숨도 못 자고 해가 밝기만을 기다리던 그 순간까지도요. 결혼이민자들과 함께하는 통·번역 작업은 단순한 언어의 전달이 아니었습니다. 그들의 목소리가 되어주고, 삶의 이야기를 대신 전해 주며, 누군가에게 작은 도움이 된다는 사실이 제게는 큰 감사와 보람이었습니다.
가족센터에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꽃처럼 피어나고 있습니다. 결혼이민자를 위한 한국어 수업, 다문화가정을 위한 개인 및 진로상담, 다문화 자녀들을 위한 특별 수업들, 그리고 엄마들이 마음 편히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도록 아이들을 돌봐주는 공동육아 나눔터까지. 퇴근 후 딸과 함께 이곳을 찾을 때면 일과 육아가 조화를 이루는 행복을 다시 배우곤 합니다.

‘이 아름다운 공간을 왜 이제야 알게 됐을까?’
이곳을 더 많은 이가 알았더라면, 더 많은 이야기가 제 손을 통해 아름다운 꽃망울로 피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남습니다. 그리고, 가족센터는 12월에 발산으로 이사하게 됩니다.
첫 직장에서 보낸 시간은 제게 값진 선물이었습니다. 작은 도움이라도 누군가에게는 큰 힘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이곳에서 배웠습니다. 날마다 설렘이었고, 날마다 감사한 날이었습니다. 하지만 곧 이 자리를 떠나야 합니다. 2년 동안의 시간이 꿈처럼 스쳐 지나가고, 이제는 다음 걸음을 내디뎌야 할 때가 됐네요. 돌아보면 이곳에서 배운 모든 것이 앞으로의 길을 비춰줄 든든한 등불이 되어줄 것 같습니다.
가족센터에서의 추억이 내일의 나를 더 빛나게 해줄 거라 믿습니다. 비록 짧았지만, 이곳에서 얻은 것은 내 인생의 소중한 버팀목이 될 것입니다.
고마웠습니다. 나의 첫 직장.
두 가지 회복의 길_한국과 필리핀의 산후 관리 비교_(필리핀)팔카시오 말루
두 가지 회복의 길 : 한국과 필리핀의 산후 관리 비교
여성이 아이를 출산하면 사람들의 관심은 종종 새로 태어난 아기에게 집중된다. 작은 손가락, 잠든 미소, 부드러운 울음소리들. 그러나 그 뒤에는 몸과 마음을 조용히 회복하고 있는 엄마가 있다. 이 섬세한 시기에 산모가 어떤 돌봄을 받느냐는 문화와 환경에 따라 크게 달라지며, 한국과 필리핀의 산후 관리 방식은 그 대비를 가장 선명하게 보여준다.

한국 : 체계적인 회복 시스템
한국에서 산후 관리는 가족의 역할을 넘어 하나의 제도로 자리 잡고 있다. 병원을 나선 산모는 곧바로 산후 회복에 맞춰 설계된 공간, 산후조리원으로 들어간다. 호텔처럼 조용하고 청결한 시설에서 산모는 휴식·회복·수유에만 집중할 수 있다. 간호사는 신생아를 세심하게 돌보고, 모유 수유 전문가가 직접 방문해 어려움을 해결해준다. 미역국을 포함한 따뜻한 식사는 하루 세 번 제공되며, 모든 과정이 전문적이고 규칙적이다. 이 환경은 ‘엄마의 회복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는 한국의 신념을 반영한다. 정부 역시 각종 지원 프로그램과 보건소 검사, 정보 안내 등을 통해 산후 관리의 중요성을 뒷받침하고 있다. 한국의 산후 회복은 과학적 돌봄, 문화적 전통, 국가적 관심이 결합한 매우 체계적인 방식이다.
필리핀 : 가족의 품 안에서 이루어지는 자연스러운 회복
필리핀의 산후 관리는 한국과는 대조적이다. 대부분 산모는 출산 후 하루나 이틀 안에 집으로 돌아오며, 그곳에는 엄마·언니·할머니·이웃까지 아기를 보기 위해 자연스레 모여든다. 이곳에서 회복은 전문가 중심이 아니라 가족의 사랑 속에서 이루어진다. 식탁에는 티놀라(Tinola, 닭고기·생강·파파야·모링가 잎으로 끓인 전통 보양식), 모링가 수프, 생강국 등이 따뜻하게 차려지고, 언니는 산모의 등을 부드럽게 마사지한다. 할머니는 “차가운 바람을 피하라”고 조언하며 산모를 보살핀다. 이는 필리핀에서 ‘파스마(Pasma)’라 불리는, 찬 기운과 피로가 겹치며 생긴다고 여겨지는 전통적 질병 개념과 연결된다. 병원에서도 산후 검진은 제공되지만, 돌봄의 질은 지역 접근성·경제적 여건·의료 자원에 따라 차이가 크다. 바랑가이(Barangay)는 지역 보건의 최일선 역할을 맡지만, 실제 산후 지원의 많은 부분은 여전히 가족의 경험과 전통에 의존하고 있다. 필리핀의 산후 관리는 공동체 중심이며, 치유가 공동의 온기 속에서 이루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같은 목표, 다른 방식
두 나라의 방식은 분명 다르다.
한국
전문적·시설 중심·체계적
필 리핀
가족 중심·전통 중심·가정 중심


산후조리원 식사
그러나 그 안에는 공통된 믿음이 있다. 바로 새로운 엄마는 휴식·영양·돌봄을 받아야 한다는 것. 두 나라 모두 산모에게 따뜻한 환경을 제공하려 애쓴다. 따뜻한 음식, 따뜻한 목욕, 따뜻한 방. 그리고 산후 회복이 단순한 신체적 과정이 아니라 정서적 경험이라는 이해 역시 두 문화가 공유하는 부분이다.

필리핀 산후 음식 티놀라


Moringa soup(모링가스프)

이 차이가 엄마들에게 의미하는 것
한국의 산모는 전문적인 돌봄과 체계적인 회복을 누릴 수 있지만, 산후조리원 비용이 현실적으로 부담이 되기도 한다. 반면 필리핀의 산모는 가족의 정서적 지지를 풍부하게 받지만, 전문 의료 지원은 지역과 환경에 따라 접근성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각 시스템은 서로에게 배울 점을 준다. 필리핀은 한국에게 가족의 존재와 문화적 위안의 힘을, 한국은 필리핀에게 산모의 휴식과 전문 의료 지원의 가치를 보여준다.

모든 엄마를 향한 하나의 바람
방식의 차이는 존재하지만, 산후 관리의 중요성은 변함이 없다. 조용한 한국의 조리원 방에서든, 활기찬 필리핀의 가정 안에서든 모든 산모는 지지받고 이해받고 돌봄 받을 자격이 있다. 엄마가 온전히 회복할 때, 가족은 더 튼튼해지고 새로운 삶은 사랑 속에서 시작된다.
3. 중국 동북, 산업에서 관광으로_(중국)난난
중국 동북 산업에서 관광으로
중국 동북 지역, 즉 랴오닝·지린·헤이룽장은 한때 중국 산업화의 심장부였다. 1950~60년대에는 굴뚝과 공장, 철강과 자동차 산업이 넘쳐났고, 선양의 공작기계, 창춘의 제1자동차, 안산의 제철소, 하얼빈의 중공업 기계는 국가의 기술력과 산업 역량을 상징했다. 그러나 1990년대 이후 시장 경제 체제 전환, 자원 고갈, 산업 구조 노후화, 국영기업의 경직된 운영 등으로 경제가 침체했고, 많은 젊은이가 도시를 떠나며 공장들이 하나둘 문을 닫았다. 낡은 공업지대는 역사적 흔적으로 남았고, 지역 경제의 새로운 돌파구가 절실해졌다. 동북이 관광지로 탈바꿈할 수 있었던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
풍부한 자연환경이다.
광활한 산림과 원시의 강, 눈으로 뒤덮인 순백의 겨울 풍경은 동북만이 지닌 매력이다. 장백산 천지, 오대련지, 징보호, 잘롱습지 등은 생태 관광지로 주목받으며, 과거 산업의 그늘 속에 가려져 있던 보물처럼 재발견되고 있다.
둘째
문화·역사적 가치다.
선양의 ‘9·18 기념관’, 폐공장을 문화 창의공간으로 재탄생시킨 사례들은 산업의 흔적과 현대 문화가 어우러져 특별한 경험을 제공한다.
셋째
정부의 정책과 투자이다.
‘동북진흥 전략’과 지역 개발 정책을 중심으로 ‘빙설경제’, ‘문화+관광 융합’, ‘전역 관광’ 등이 추진되며 관광 산업이 빠르게 성장할 기반이 마련되었다.

60년대 랴오닝철산업 공장

랴오닝

헤이룽장

특히 2025년 하얼빈에서 열린 하얼빈 동계 아시안 게임과 국제 겨울 스포츠 행사는 동북 관광을 세계인의 이목 속에 끌어올렸다. 한국인 여행객에게도 하얼빈 빙설대세계, 장백산 스키리조트, 야불리 스키장은 겨울철 대표 여행지다. 얼음과 눈으로 만든 웅장한 조각들을 감상하고, 스키와 썰매를 즐기며 겨울의 매력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
자연과 생태를 즐기고 싶은 여행객에게는 장백산 천지의 장대한 호수와 징보호·오대련지의 고요한 수변 풍경, 잘롱습지의 철새 관찰 코스가 추천된다. 계절마다 철새와 야생동물의 이동을 관찰하며 사진 촬영과 자연 체험을 즐기기에 더없이 좋은 곳이다.
역사·문화를 선호하는 이들은 선양 ‘9·18 기념관’, 철서 1905 문화원, 각종 폐공장 문화공간에서 동북의 독특한 문화 변천을 경험할 수 있다. 단둥 등 국경 지역에서는 만주족 문화, 러시아풍 건축, 지역 시장과 음식 문화를 함께 즐기며 색다른 여행을 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동북 지역은 과거 산업지대의 이미지를 벗고, 자연·역사·문화가 조화를 이루는 종합 관광지로 다시 태어났다. 2025년 하얼빈 동계 아시안 게임을 계기로 세계인의 관심이 집중된 지금, 한국인 여행객에게 동북은 겨울·역사·문화·자연이 공존하는 특별한 여행지다. 올겨울, 중국 동북에서 새로운 경험과 잊을 수 없는 추억을 만나보길 바란다.


우즈베키스탄, 두 번 맞이하는 새해의 열기_(우즈베키스탄) 꿈리 이감베르디예바
우즈베키스탄
두 번 맞이하는 새해의 열기
우즈베키스탄에서는 활기 넘치는 새해를 두 번 맞이한다. 첫 번째 새해는 1월 1일로, 유럽과 러시아 전통에서 비롯되어 소련 시대부터 자리 잡은 문화다. 두 번째 새해는 아리아계 민족의 전통 명절로, 매년 3월 21일 춘분에 맞춰 기념하는 ‘나브루즈(Navruz)’다. 이번 글에서는 먼저 현대적이고 공식적인 새해 풍경을 소개하고, 다음 편에서 전통 새해 이야기를 전해보려 한다.

우즈베키스탄의 새해는 한 해 중 가장 기대되는 명절 중 하나다. 겨울의 우울함을 털어내고 오래 기다려온 휴식을 즐길 수 있는 시기이기도 하다. 12월 말이 되면 도시 전체가 트리와 조명, 화려한 장식들로 뒤덮이며, 새해를 앞둔 거리 곳곳에서는 다양한 행사가 이어진다. 대도시는 물론 작은 도시의 광장에도 크고 멋진 새해나무(한국의 크리스마스 트리와 비슷한 장식)가 세워지고, 매일같이 축제가 펼쳐진다.


SOLY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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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장에는 산타클로스에 해당하는 ‘코르보보(Qor bobo)’와 그의 손녀 ‘코르키즈(Qor qiz)’가 등장해 아이들과 가족들을 맞는다. 곳곳에 세워진 텐트에서는 장난감과 사탕을 판매하고, 광대와 곡예사들의 공연이 명절 분위기를 더욱 신나게 만든다. 성인을 위한 즐길 거리 또한 화려하다. 극장, 영화관, 레스토랑, 호텔 등에서는 팝스타 공연, 패러디 쇼, 춤 공연, 라이브 콘서트, 박람회, 대규모 불꽃놀이까지 이어져 새해 분위기를 절정으로 끌어올린다. 연말 모임 역시 12월 중순부터 1월 중순까지 계속되며, 특별한 프로그램과 메뉴, 선물 증정, 깜짝 이벤트가 더해져 동료, 친구, 학우들과의 관계를 더욱 돈독하게 만든다.


새해는 가족과 함께 보내는 명절이기도 하다. 일부 사람들은 마법 같은 자정 종소리를 듣기 위해 도심 광장에 모이지만, 대부분은 집에서 가족들과 모여 카운트다운을 즐긴다. 12월 31일에서 1월 1일로 넘어가는 순간은 마치 시간이 멈춘 듯 특별하며, 사람들은 지난 한 해의 어려움을 뒤로하고 새해의 행복과 축복을 서로 기원한다.
잔칫상에는 우즈베키스탄 전통 요리인 ‘쁠롭(palov)’과 함께 특별한 계절 음식 ‘노른(norin)’이 오른다. 러시아 문화에서 영향을 받은 ‘올리버 샐러드(Olivier salad)’와 달콤하고 향이 깊은 ‘만다린(귤)’도 새해 상에서 빠질 수 없다. 어린 시절 새해를 떠올리면, 12월 말 공연을 보러 다니던 설렘과 1월 1일 아침 베개 앞에 놓여 있던 선물이 함께 떠오르곤 한다.

한국이 설날을 가장 큰 명절로 삼으며 양력 신년을 비교적 간단히 보내는 것과 달리, 우즈베키스탄은 양력 신년과 전통 설을 각각 독립된 명절로 즐긴다. 방식은 다르지만, 새해를 가족, 희망, 번영의 시간으로 여긴다는 점에서는 두 나라의 마음이 깊이 닮아 있다.
https://xabar.uz/uz/jamiyat/tashkent-city-sayilgohida-yangi-yil
https://xabar.uz/uz/jamiyat/mojizakor-elflar-va-toshkentda-yangi-yil-kayfiyati
중국 국경절, 거리마다 붉은빛으로 물들다_(중국)쉬멍
중국 국경절
거리마다 붉은빛으로 물들다
10월의 첫날, 중국 전역은 붉은 국기와 환한 조명으로 물든다. 국경절은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이 성립된 날을 기념하는 국가적 경사로, 올해로 76주년을 맞았다. 단순한 기념일이 아니라, 오늘날 중국인들에게는 가족과 함께하는 연휴이자 전국이 들썩이는 축제의 시간이다.

국경절 연휴는 보통 7일 동안 이어지며, 이른바 ‘골든위크’라 불린다. 이 기간에 중국 주요 도시와 관광지는 그야말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베이징 기차역에는 고향으로 향하는 귀성객과 여행객이 몰려들고, 상하이 황푸강 일대는 화려한 조명 아래 수많은 인파로 가득 찬다. 시안의 성벽 위에서는 전통 공연과 퍼레이드가 펼쳐져 도시 전체가 축제의 장으로 변한다. 교통 체증과 북적임도 국경절 풍경의 일부로 자리 잡아 어느새 익숙한 명절의 모습이 되었다.

가장 상징적인 장면은 단연 베이징 톈안먼 광장에서 펼쳐지는 국기 게양식이다. 새벽녘, 수많은 시민이 광장에 모여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순간을 기다린다. 붉은 깃발이 하늘로 높이 오르는 순간, 군악대의 연주와 함께 울려 퍼지는 함성은 현장에 있는 이들의 마음을 뜨겁게 만든다. 밤이 되면 전국 곳곳에서 불꽃놀이가 하늘을 수놓고, 거리에는 대형 꽃 장식과 붉은 등불이 밝게 빛난다.
변화하는 시대에 발맞춰 국경절의 풍경도 새로워지고 있다. 젊은 세대는 여행지에서 찍은 사진과 축제 현장을 SNS에 올리며 온라인으로 자신의 국경절을 공유한다. 짧은 영상 플랫폼에서는 ‘나의 국경절’ 해시태그가 인기 순위에 오르고, 지역 방송들은 특별 기획 프로그램을 내보내며 축제 분위기를 한층 더 고조시킨다.


국경절은 중국인들에게 단순한 휴일이 아니다. 국가의 성립을 되새기는 역사적 의미와 동시에, 가족이 함께 모여 식사하고 여행을 떠나는 시간이며, 긴 연휴가 소비를 촉진해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시기이기도 하다.
이처럼 국경절은 과거와 현재, 전통과 현대가 함께 어우러지는 중국의 특별한 축제로 자리 잡고 있다.

한국과 닮은 듯 다른 인도네시아의‘커피’와 ‘길거리 음식’_(인도네시아) 시스카
한국과 닮은 듯 다른 인도네시아의
‘커피’와 ‘길거리 음식’
한국에는 유난히 커피숍이 많다. 어디를 가도 손쉽게 커피 향을 맡을 수 있을 만큼, 커피는 이미 한국인의 생활 속에 깊이 스며든 문화다. 흥미롭게도 인도네시아 역시 커피를 사랑하는 나라다. 다른 점이 있다면, 인도네시아에서는 커피가 일상과 공동체를 잇는 연결고리 역할을 한다는 점이다.
골목마다 자리한 ‘와룽코피(Warung Kopi)’는 인도네시아인의 삶을 담은 작은 공간이다. 화려한 메뉴나 고급 장비는 없지만, 사람들이 모여 담소를 나누고 정보를 주고받는 커뮤니티의 중심이다. 한국의 분식집이나 옛 다방을 떠올리게 한다. 최근에는 전통 와룽코피뿐 아니라 세련된 카페들도 늘어나며, 젊은 층을 중심으로 커피 문화가 확장되고 있다.
커피 산지로 유명한 인도네시아는 지역마다 다양한 커피를 생산한다. 그중에서도 가장 독특한 커피는 단연 ‘루왁 커피’다. 사향고양이가 먹은 커피 열매를 배설물에서 수확해 만든 커피로, 독특한 향미 덕분에 세계적으로 사랑받는다. 다만 그 인기에 힘입어 사향고양이의 열악한 사육환경이 문제가 된 적도 있다. 최근에는 자연 친화적인 방식과 동물 복지를 고려한 생산이 퍼지며, 지속 가능한 루왁 커피 생산을 위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커피만큼이나 다채로운 것은 커피와 함께 즐기는 길거리 음식들이다. 인도네시아 전역에는 ‘카키리마(Kaki Lima)’라 불리는 노점상이 많다. 이름의 유래도 재미있다. 수레바퀴 3개에, 수레를 끄는 사람의 다리 2개를 더해 ‘다섯 개의 다리’라는 뜻에서 비롯되었다. 이동성이 좋은 노점이라는 특성이 이름에 그대로 담겨 있다.

한국에 팥빙수가 있다면 인도네시아에는 ‘에스포뎅’이 있다. 곱게 간 얼음 위에 코코넛 우유, 연유, 아보카도, 젤리, 빵 조각, 땅콩 토핑을 더한 시원한 디저트로, 무더운 날씨의 인도네시아에서 특히 사랑받는 길거리 간식이다.

‘피상’은 바나나, ‘고랭’은 튀김을 뜻한다. 이름 그대로 바나나를 달콤한 반죽에 입혀 바싹하게 튀긴 음식이다. 한국의 고구마튀김처럼 친숙한 맛으로, 커피와 함께 곁들이기 좋은 국민 간식이다.

닭고기·소고기·양고기를 꼬치에 끼워 숯불에 굽고 고소한 땅콩 소스를 곁들인 인도네시아 대표 요리다. 한국의 닭꼬치와 비슷하지만, 땅콩 소스가 주는 깊고 고소한 풍미가 사테만의 개성을 만든다. 길거리에서도 흔히 볼 수 있지만, 레스토랑에서 정식 요리로 즐기기도 한다.

인도네시아의 커피와 길거리 음식은 그들의 일상과 문화, 소박한 공동체 정신을 담아낸다. 한국과 다른 듯하지만, 사람이 모여 음식을 나누고 이야기를 만드는 풍경만큼은 두 나라 모두 따뜻하게 닮았다.

남부와 북부의 설날 문화_다름 속에서 빛나는 하나의 아름다움_(베트남)정민아
남부와 북부의 설날 문화
다름 속에서 빛나는 하나의 아름다움
베트남에서 설날(Tết, 뗏)은 한 해 중 가장 중요하고 의미 있는 명절이다. 북부든 남부든, 설날은 가족이 모여 조상을 기리고 새해의 평안과 행운을 기원하는 소중한 시간이다. 같은 전통을 공유하지만, 각 지역의 설날 풍경은 서로 다른 감성과 색채를 지니고 있어 베트남 사람은 물론 외국인에게도 깊은 인상을 남긴다.
1. 설 준비의 분위기


북부
북부의 설날은 쌀쌀한 겨울 기운과 간간이 내리는 이슬비 속에서 시작된다. 조용하고 고풍스러운 분위기 속에 거리에는 붉은 글귀, 등롱, 세뱃돈 봉투가 가득 걸리며 전통 명절의 정취가 살아난다. 특히 분홍빛 복숭아꽃(hoa đào)은 북부 설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꽃으로, 거의 모든 가정에서 새해의 평안과 행운을 기원하며 장식한다.

남부
반면 남부의 설날은 따뜻한 햇살 아래 활기차고 화사한 분위기로 펼쳐진다. 거리는 황금빛 매화(hoa mai)로 물들고, 밝고 생동감 있는 에너지가 가득하다. 남부 가정에서는 오색 과일을 정성스레 차린 ‘오색 과일상(mâm ngũ quả)’이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대표적으로 그라비올라(mãng cầu), 코코넛(dừa), 파파야(đu đủ), 망고(xoài), 무화과(sung)가 올려지는데, 이는 ‘cầu – dừa – đủ – xài – sung’이라는 발음의 연결을 통해 ‘소망이 충만하고, 부족함 없이 쓰고 누린다’라는 뜻을 담고 있다.
2. 설날 음식과 상차림

북부
북부의 설날 음식은 전통적이고 깊은 풍미를 자랑한다. 설 상차림의 중심은 정사각형의 ‘반쯩(bánh chưng)’이다. 설이 가까워지면 가족이 모여 밤새 반쯩을 삶는 풍경은 북부 설의 가장 따뜻한 장면 중 하나다. 이외에도 베트남식 스프링롤 또는 튀김 만두(giò chả), 삶은 닭, 베트남의 정통 찰밥(xôi gấc), 돼지고기로 만든 차가운 육수형 요리(thịt đông) 등이 상을 채운다. 특히 젤리 고기(thịt đông)는 차갑게 굳혀 먹는 요리로, 겨울이 긴 북부 기후와 잘 어울린다.

남부
남부의 설 음식은 화사하고 다채롭다. 대표 음식은 원통형의 ‘반뗏(bánh tét)’이며, 찹쌀·녹두·돼지고기를 넣어 만든다. 바나나 반뗏(bánh tét chuối), 달걀 돼지고기 조림(thịt kho trứng), 절인 파(dưa kiệu), 다양한 뗏 과일정과(mứt Tết) 등이 한 상을 풍성하게 채운다. 달콤하고 부드러운 맛이 특징이며, 화려한 색감 또한 남부 설날의 생동감을 더한다.
3. 설날 풍습과 상징
복숭아꽃(hoa đào)
매화꽃(hoa mai)
반쯩
반뗏
dưa hành(절임 양파), thịt đông
thịt kho trứng, mứt Tết(과일정과)
xông đất(새해 첫 손님을 운세에 맞춰 초대)
상점 오픈, 보다 자유로운 덕담 문화
차갑고 고요한 분위기
따뜻하고 활기찬 분위기
북부
남부
4. 의미와 경험
많은 외국인에게 베트남의 설날은 단순한 명절이 아니라 따뜻한 가족애와 정을 느낄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이다. 남부와 북부가 서로 다른 방식으로 뗏을 맞이하지만, 그 차이들이 모여 베트남 설 문화를 더욱 아름답고 독특하게 만든다. 지역의 색이 다르기에 더 풍성해지고, 다름 속에서 나오는 조화가 뗏을 더욱 매력적인 명절로 빛나게 한다.
페루의 크리스마스_(페루)야스미나
Feliz Navidad!
페루의 크리스마스를 알아봅시다!

크리스마스가 얼마 남지 않았다. 페루에서 한국으로 온 지 12년, 한국의 크리스마스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풍경은 친구나 연인과 함께 도심을 걷고 즐기는 장면이다. 그러나 페루의 크리스마스는 완전히 다르다. 가족 모두가 함께 모여 축복을 나누고, 멀리 떨어져 있던 사람들까지 고향으로 돌아오는 날이다. 인구의 80% 이상이 가톨릭 신자인 페루에서 크리스마스는 가장 중요한 명절이자 대축제다. 한국의 설이나 추석과 닮은 듯한, 따뜻한 페루의 크리스마스를 소개한다.
‘따뜻한’ 크리스마스?
페루사람들은 여름 첫 달인 12월에 크리스마스를 맞는다. 남반구에 있는 페루는 12월 21일부터 여름이 시작되기 때문에, 학생들에게 크리스마스는 여름 방학 한가운데에 찾아오는 명절이다. 한국인에게 눈 내리는 화이트 크리스마스는 익숙하지만, 페루사람들에게 눈 내리는 크리스마스는 오히려 상상하기 어려운 장면이다.
미리 준비하는 크리스마스 장식
페루의 크리스마스 장식은 유럽·북미 문화의 영향을 받았지만, 동시에 독특한 페루의 역사와 전통을 담고 있다. 12월이 되면 거리에는 크리스마스트리가 하나둘 세워지고, 가정에서는 예수 탄생을 기념하는 미니어처 조형물인 ‘레타블로(Retablo)’를 준비한다.
레타블로는 삼나무를 직사각형 상자 형태로 제작한 제단 미니어처로, 마리아·요셉·예수뿐 아니라 동방박사와 동물들까지 등장해 탄생 장면 전체를 표현한다. 집 안과 바깥 모두 다채로운 장식으로 꾸며지며, 마을 전체에 축제의 분위기가 번져간다.

크리스마스 선물을 찾아 나서는 ‘오디세이’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 사람들은 선물을 준비하느라 분주해진다. 좋은 선물이어야 함은 물론, 값이 적당해야 하므로, 며칠 동안 고민하고 여러 시장을 오가며 가장 적합한 선물을 찾는다. 특히 어린이 장난감이 가장 많이 팔리는 시기라, 도매시장과 쇼핑몰은 연일 붐비고 교통도 혼잡해진다. 선물 준비는 단순한 쇼핑이 아니라, 일종의 연례행사다.

풍성하게 차려지는 크리스마스 음식
남아메리카 중심지로 불릴 만큼 다양한 식문화를 자랑하는 페루는 크리스마스에도 풍성한 상차림을 준비한다. 구운 칠면조와 구운 닭(Pollo a la Brasa), 전통 음식인 타말레스(Tamales), 과일류가 식탁을 채우고, 빵은 빠질 수 없는 파네토네(Panetón)가 대표적이다. 음료로는 샴페인, 와인, 맥주 등이 준비되며, 어린이를 위해 계피와 정향을 넣어 끓인 따뜻한 핫초콜릿도 넉넉히 만든다. 가족과 친구들이 모여 함께 나누는 풍경은 그 자체로 크리스마스의 따뜻함을 완성한다.

드디어 ‘Noche Buena’ (크리스마스 이브)
페루사람들에게 크리스마스의 절정은 바로 크리스마스이브(Noche Buena)다. 이날 밤, 모두 집으로 돌아와 자정이 되기까지 함께 시간을 보낸다. 그리고 시계가 12시를 알리는 순간, “Feliz Navidad(메리 크리스마스)!”라는 인사와 함께 가족 한 사람 한 사람과 포옹하며 선물을 교환한다. 이어 오랫동안 준비해 온 크리스마스 음식을 함께 나누고, 도시의 밤하늘에는 화려한 불꽃놀이가 펼쳐진다. 한국에서는 보기 어려운, 뜨겁고 활기찬 크리스마스의 정점이다.

색다른 크리스마스가 주는 매력
이렇듯 페루의 크리스마스는 한국의 크리스마스와는 전혀 다른 풍경을 가진다. 눈이 내리지 않는 여름의 크리스마스, 대가족이 모이는 축제, 밤하늘을 밝히는 불꽃놀이까지—모두가 사랑과 기쁨을 나누는 시간이다. 크리스마스를 색다르게 보내고 싶다면, 페루는 분명 잊지 못할 선택이 될 것이다.
Feliz Navidad! 메리 크리스마스!



